[이화랑연구할랩(Lab)] 골칫거리 폐플라스틱, 청정수소로···김우재 교수팀 세계 최초 공정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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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우리대학은 교육의 산실이기도 하지만 95곳의 연구 기관을 보유한 연구터이기도 하다. 본지는 변화를 이끌고 현실을 포착하는 흥미로운 연구를 소개한다. 1735호에서는 김우재 교수(화공신소재공학과)를 만나 폐플라스틱 혼합물에서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청정수소를 직접 생산하는 촉매 공정에 대해 들어봤다.
재활용도 안 되고 태우거나 메우기도 골치 아픈 혼합 폐플라스틱. 환경파괴의 주범으로만 여겨져온 플라스틱에서 청정에너지원인 수소를 뽑아낼 수 있는 기술이 등장했다. 김우재 교수(화공신소재공학과) 연구팀은 최근 페트병, 비닐 등 폐플라스틱 혼합물에서 별도 분리 없이 청정수소를 직접 생산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8월24일 신공학관에 위치한 김 교수의 연구실에서 그 배경과 과정을 들었다.
김우재 교수는 폐플라스틱에서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청정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윤다영 사진기자
기존 수소 생산 방식에 어떤 문제가 있었나
우리가 ‘수소 경제’를 이야기할 때 언급되는 수소(H₂)는 놀랍게도 지구상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역설적으로 우주를 이루는 원소의 70~80%가 수소지만, 정작 지구에는 우리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형태인 기체 상태로 존재하는 수소가 거의 없다. 그렇기에 수소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수소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수소 생산 방식은 메탄(CH₄)과 수증기를 반응시키는 수증기 메탄 개질반응(Steam Methane Reforming, SMR)이다. 이 과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만, 비용이 저렴하고 수소를 간단히 생산할 수 있어 지금까지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최근 이런 방식으로 생산한 수소를 연료전지 등에 활용해 깨끗한 에너지로 쓰려는 시도가 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가 만나 전기를 만들고 부산물로 물만 나오는 친환경적인 장치다. 하지만 정작 그 수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나온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결국 어떤 방법을 쓰든 이산화탄소가 너무 많이 나오다 보니, 최근 수소에 대한 논의 자체가 힘을 잃고 있다.
혼합 폐플라스틱에서 수소를 뽑아내는 이번 연구의 핵심 아이디어는
해조류와 같은 바이오매스에서 수소를 뽑아내는 기존 연구가 이번 아이디어로 확장됐다.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탄소(C)·수소(H)·산소(O)로 구성된 화합물을 만든다. 이산화탄소와 물을 햇빛 에너지로 결합해 CHO 화합물을 만드는 것인데, 땅에 묻혀 오랜 시간 압력을 받으면 산소가 빠져나가고 탄소와 수소만 남는다. 이게 바로 석유·석탄 같은 화석연료로, 이것이 플라스틱의 원료가 된다. 산소가 없기 때문에 화석연료를 태우면 무조건 이산화탄소가 나올 수밖에 없다. 플라스틱 역시 산소가 없어 잘 썩지 않는다.
여기에 수산화나트륨(NaOH)을 반응시키면 OH⁻ 이온이 탄소와 산소가 결합된 지점을 공격해 결합을 끊는다. 이 상태에서 열을 가하면 갇혀 있던 수소가 기체 상태로 쉽게 빠져나온다. 동시에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나트륨과 결합해 탄산나트륨(Na₂CO₃) 형태의 고체로 포집된다. 그래서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수소가 생성되는 것이다.
‘청정수소’를 만들어내는 이번 기술이 갖는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
수소는 활용할 산업이 많다. 대표적으로 철강업의 수소환원제철이 있다. 기존에는 철광석에서 철을 뽑기 위해선 코크스를 태워야 해 이산화탄소가 대량 발생했다. 수소를 이용하면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다만 활용되는 수소가 진짜 ‘청정’한지는 별도로 따져야 한다. 같은 전기차라도 태양광 전기를 사용하는 것은 깨끗하지만, 생산 시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화력 발전 전기를 쓰면 깨끗하다고 할 수 없다. 그렇기에 폐플라스틱으로부터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수소를 생산하는 것이 이번 기술의 가장 큰 의의다.
기존 방식보다 낮은 온도에서도 수소 생산을 가능케 했다
‘알칼리 열처리’ 과정을 거쳐 가능했다. 수산화나트륨을 넣는 반응 자체가 원래 알칼리 반응인데, 이 반응이 보통 300~500°C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열처리라는 표현이 붙었다. 이 기술의 핵심은 기존 방식보다 낮은 온도에서도 반응한다는 점이다. 스팀만으로 반응시키면 900°C가 돼야 물질이 분해되지만, 수산화나트륨을 넣으면 300°C부터 분해가 시작돼 500°C면 반응이 끝난다. 그만큼 훨씬 낮은 온도에서 반응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만큼 열처리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공정을 더욱 친환경적으로 만드는 요소다.
반응성이 낮은 PE·PP는 어떻게 해결했나
초기에는 플라스틱의 종류 중 PE와 PP에서는 반응이 일어나지 않았다. PET와 달리 탄소와 수소로만 이뤄져 있어 산소가 없는 것이 원인이라고 봤다. 그래서 플라스틱을 타지 않을 정도로만 가열해 산소를 인위적으로 주입하는 ‘열산화 전처리’를 거치자 반응이 잘 일어났다. 최적의 산화 온도를 찾기 위해 약 500가지 조건을 온도별로 실험해 가며 가장 잘 맞는 조건을 찾아냈다.
생수병을 든 김우재 교수가 반응성이 낮은 PE와 PP의 반응성을 높이는 ‘열산화 전처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 교수는 생수병을 사용해 공정 과정을 실험한 바 있다. 윤다영 사진기자
플라스틱을 분리하지 않은 혼합 상태에서도 처리가 가능한 이유는
이번에 개발한 열산화 전처리 과정이 핵심이다. 실생활에서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려면 PET, PP, PS, PVC, HDPE(고밀도 폴리에틸렌), LDPE(저밀도 폴리에틸렌), 복합소재 등 7종으로 일일이 분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열산화 전처리된 플라스틱은 종류와 관계없이 동일한 알칼리 열처리 메커니즘을 통해 고순도 수소를 뽑아낼 수 있다. 그렇기에 복잡한 별도의 분리 과정 없이도 처리가 가능하다.
일상 속에서 실제로 쓰이는 재료로 실험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삼다수 생수병과 같은 상용 폐플라스틱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생수병의 몸체(PET)와 뚜껑(PP 혹은 HDPE), 라벨지를 모두 갈아서 사용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재질에서 반응이 잘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후속 연구 계획이 있다면
실제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규모로 기술을 확장하는 게 목표다. 상용화를 위해서는 알칼리 열처리에 쓰이는 수산화나트륨 재활용도 중요한 과제다. 수산화나트륨은 배터리 세척 등 다른 산업에서도 수요가 많아 가격 변동이 크다. 이를 안정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찾고 있다. 이외에도 이산화탄소 포집, 수소 생산, 환경 문제 등 해결할 과제가 많다.
기후 변화는 이미 다가오고 있다. 탄소 중립 및 친환경 에너지 개발에 대한 연구를 지금 시작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상상하기도 싫은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더욱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이 분야로 진출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출처 : 이대학보(https://inews.ewha.ac.kr)